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쓰이는 폰트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

오프라인에서 나만의 고유한 필기체가 있다면 컴퓨터상에서는 폰트가 있어요. 어떤 폰트냐에 따라 글의 내용이 더 명확하게 들어오거나 디자인적으로 가독성이 더 잘 느껴지곤 합니다. 폰트의 힘은 정말 대단한데, 그런 만큼 세상엔 정말 다양한 폰트가 있죠. 오늘은 이러한 폰트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D

 

cm280024530 굴림체는 일본에서 개발한 서체이다?

한때 인터넷의 기본 글씨체였던 굴림체. 1995년 MS 윈도우의 한글판에 탑재되어서 외국어를 번역하거나 인터넷의 기본 경고창이 뜰 때 항상 굴림체가 사용되곤 했죠. 이 굴림체는 윈도우뿐 아니라 한동안 워드프로세서 시장을 장악한 ‘한글’에서도 주로 쓰였어요. 하지만 굴림체는 넓고 둥근 모양을 가지고 있다 보니 마치 박스 안에 일률적으로 담긴 듯해서 가독성이 낮은 데다가 답답하고 불편한 느낌까지 듭니다. 그래서 전 세계 컴퓨터 사용자들에게 “한글 폰트는 아름답지 않다”는 편견을 주고 말았죠.

 

그런데 사실 이 굴림체는 일본에서 개발된 서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요? 1960년대 일본의 나카무라 유키히로가 개발한 ‘나루체’ 즉, 둥근 고딕에 바탕을 두고 한글용으로 급하게 변형된 서체예요. 이때 나루체는 일본어 가타카나용으로 개발된 서체인데, 일본의 국민 서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굴림체를 유심히 보면 마치 일본어처럼 보이기도 한답니다. 이렇게 탄생한 굴림체를 윈도우가 채택하고 컴퓨터 환경을 장악하면서 우리 눈에 익숙해지게 된 안타까운 상황! 하지만 그 뒤로 한글의 조형미를 살리고, 현대적이며 가독성을 높인 맑은 고딕과 같은 서체들이 등장하면서 굴림체는 우리 눈에서 점점 벗어나게 되었고, 컴퓨터상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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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트는 사실 저작권이 없다?

블로그나 카페 같은 데에서 폰트를 다운받아서 사용하다가 저작권 침해라는 내용의 내용증명 서류를 받았다는 사례, 종종 볼 수 있는데요. 그런데 사실 폰트에는 저작권이 없습니다. 대법원 선고 사례를 살펴보면 폰트에 대해서 “예술적 특성이 없는 서체의 경우 그 자체는 저작물에 해당하지 아니함이 명백하다”고 판결을 내리기도 했는데요. 즉, 폰트는 실용적 기능이 주목적이라서 예술적인 가치를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거죠.

 

그 대신 폰트의 글자체 형태가 아닌 폰트 프로그램이 저작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폰트 프로그램은 폰트의 도안을 디지털화해서 전자기기 화면 위에 출력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전자 데이터 파일을 말하는데, 좌표값이나 명령어를 선택해서 폰트 모양을 바꿀 수 있다 보니, 제작자의 창의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해 저작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즉, 적법하지 않은 경로로 폰트 파일을 다운로드해서 이용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는 점! 그래서 한쪽에서는 글자 서체에 대한 디자인 보호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데요. 글자체에 디자인 보호법을 적용하면 글자체 형태를 도용하는 사례를 막을 수 있고, 아울러 배포자까지 차단할 수 있죠. 하지만 그 이전에 폰트 이용자가 주의해서 사용하고, 이용 권한을 잘 숙지하는 게 먼저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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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딕체는 돋움체와 동일하다?

한글이나 워드프로세서를 보면 기본 폰트 중에서 고딕체와 돋움체가 있는 걸 볼 수 있는데요. 다른 듯 보이지만 사실 이 두 개는 동일한 서체입니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19세기 끝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일본 인쇄업계에서는 서양의 산세리프 서체를 ‘ゴシック(고식)’이라는 명칭으로 받아들였고, 이를 바꾸지 않은 체 오래 사용했는데요. 이게 한국으로도 전해져 고딕체가 정착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고딕체’라는 말은 한국과 일본에서만 쓰죠.

 

이를 바로 잡기 위해 1991년 현 문화체육관광부인 문화체육부에서는 ‘고딕’으로 불리던 글꼴을 ‘돋움’이라는 이름으로 지정했어요. 본문 내용에 쓰이기보다는 브랜드 로고같이 모양의 형태로 보이게 하는 문장에 적합하다는 의미로 ‘돋움’이라는 이름을 쓴 건데, 의미는 좋지만 ‘돋움’이라는 말과 글씨체는 안 어울리는 것 같죠? 그래서 아예 부리가 있고 없다는 뜻의 ‘부리’, ‘민부리’라는 용어를 사용하자는 의견도 있었어요. 이 용어를 사용한 예시가 2020년에 네이버에서 공개한 ‘마루 부리’라는 서체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윤고딕, 맑은 고딕, 본고딕 등 여전히 새로운 고딕체가 등장하고 많이 쓰이고 있어요. 고딕체와 돋움체가 동일한 서체이지만 ‘고딕’이라는 이름이 사라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 글씨체라고 하지만, 하나의 폰트가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역사가 있었네요. 오늘 서울우유가 알려드린 흥미로운 폰트 이야기들로, 폰트에 대한 저작권과 권리를 다시 한번 더 상기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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