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유해성 논란의 진실

22지난 11월 1일,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뉴스는 다름 아닌 ‘하루 우유 3잔 이상 마시면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충격적인 내용의 기사였습니다. 이 기사가 주말 내내 화제를 모으면서 인터넷은 순식간에 자극적인 제목의 뉴스로 도배되었죠. ‘조기 사망 2배 증가’, ‘과하면 심장병 유발’ 등 제목만 읽어도 아찔한 내용의 기사들입니다. 하나의 연구결과가 마치 확증된 사실처럼 보도된 탓에, 기사를 접한 많은 분이 걱정하셨을 텐데요. 오늘은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주의에 기반한 보도내용을 바탕으로, 우유 유해성 논란의 진실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먼저 이러한 우유 유해성 논란의 촉발이 되었던 논문의 내용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겠죠.

지난 10월 28일,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에 의해 처음 보도된 이 논문은 스웨덴 웁살라대학의 칼 미켈슨 교수팀이 연구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연구진이 지난 20년 동안 여성 6만1000명, 11년 동안 남성 4만5000명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한 결과, 하루에 3잔 이상의 우유를 마시는 사람은 심장병으로 사망할 위험이 높게 나타났고, 그 중 여성의 경우에는 남성보다 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는 것인데요. 연구진은 우유에 포함된 성분 중 ‘갈락토스’라는 물질에 집중했다고 밝혔습니다. 갈락토스는 흔히 유당이라고 부르는 락토스에 포함된 단당류 탄수화물의 일종으로, 뇌의 발육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필수영양소로 알려져 있지만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우유를 마셔왔음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사람에게 이 연구결과의 내용은 회의적일 수 밖에 없는데요. 그래서 실제 연구를 지휘했던 칼 미켈슨 교수에게 직접 문의했던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자료: JTBC 뉴스룸)

1 그 내용은, ‘하나의 연구만으로 권장 섭취량 바꿔선 안 돼’, 즉 자신이 내놓은 논문의 결과만으로 우유를 먹지 말아야 하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다양한 조건에서 추가 연구 필요’, 많이 마시면 좋지 않다는 결과는 나왔지만, 하나의 연구에 불과하므로 이것 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지 말라는 거죠.
그리고 하루에 우유를 한 잔도 잘 마시지 않는 한국의 경우, 우유 섭취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스웨덴의 경우와는 직접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고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사람들이 자신의 연구 때문에 우유를 먹지 않게 되는 걸 원치 않는다, 라고도 덧붙였죠.

2그럼 이 같은 내용이 어떻게 극단적인 내용의 기사들로 탈바꿈 한 것일까요? 이 논문의 내용을 가장 먼저 보도한 인디펜던트를 살펴보면 이 논문에 대한 반박이나 한계점을 지적한 내용이 분명히 실려 있습니다. ‘연구결과가 우유의 권장 섭취량을 바꾸도록 할 만큼 확실한 것은 아니다’ 라는 연구자의 인터뷰도 함께 실려있죠. 그 외에도 ‘단 한 번의 연구로 모든 사람에게 일괄 적용해서는 안 된다’라고 하는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도 볼 수 있습니다. (인디펜던트 기사 원문 보러가기 ☞ http://goo.gl/JBlf3T)

인디펜던트 기사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2014년 10월 28일자 기사

 

이 논문의 내용에 대해 국내의 많은 전문가들이 입을 열었습니다.

먼저, 연세대 국제진료센터 인요한 소장은 “해당 논문은 비만, 흡연, 음주 등 개인별로 차이가 있는 부분을 계산하지 않았다. 논문이 나오면 항상 반대의견이 따르는 여러가지 요소가 있는데, 웁살라 대학의 논문은 너무 한 쪽으로만 치우친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상대학교 축산학과 주선태 교수는 “매일 우유 한 잔도 채 마시지 않는 나라에서 하루 우유 세 잔 이상 기준의 외국 연구결과를 가지고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스웨덴은 우유 및 유제품 이외에도 육류소비와 동물성 지방의 섭취가 많기 때문에 우유를 세 잔 이상 마시면 좋지 않지만 한국인에게는 해당이 없다”고 전합니다.

인제대학교부석서울백병원 강재헌 교수 역시 “하루 평균 우유 섭취량 680ml는 지나치게 많은 양이기 때문에, 평소 우유 섭취가 적은 한국인들에게는 이번 연구 결과가 적용되기 어렵다. 서양인들은 우유 외에도 다른 유제품을 지나치게 많이 먹고 있어 유지방을 통한 포화지방 과다 섭취가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이지만 한국인의 경우와는 맞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같이 대다수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은 국내 실정과 맞지 않아 우려할 수준은 아니며, 칼 미켈슨 교수의 연구는 많은 모순들을 안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일일 우유섭취 기준은 200ml이지만 실제 섭취량은 77ml 정도여서, 하루 평균 3잔 이상(680ml)를 마시는 스웨덴의 경우와는 단순 비교가 어렵습니다. 또한, 우유 섭취보다 건강에 더 좋지 않은 비만이나 흡연, 음주 등의 요인은 배제하고 사망 원인을 우유로만 단정지은 것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입니다.

어떤 식품이든 과도하면 먹지 않는 것만 못하지요. 때때로 불거지는 우유의 유해성 논란 역시, 이러한 극단적인 예에서 비롯된 결과가 대부분입니다. 우유 일일 섭취량이 아직은 부족한 우리나라의 경우, 우유에서 얻을 수 있는 건강상의 중요한 이점들을 먼저 강조하고 누려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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