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음빵의 휴직이야기, 8개월 차 : 10개월 아기와 유럽여행 #1

* 준비하기
남편의 긴 휴가와 저의 휴직 기간을 이용해서 이번엔 조금 더 긴 여행을 계획했어요. 하지만 명색이 육아휴직인데, 엄마와 3시간 이상 떨어져 본 적 없는 우리아가를 홀로 두고 갈 순 없겠지요. 이렇게 엄마와 아기의 여행이 다시 시작됩니다.

주변에서 누구는 용감하다, 누구는 대단하다, 누구는 그렇게까지 가고 싶냐, 라고 말했지요. 하지만 제 결정은 그리 대단하지 않았고, 그저 아기와 행복한 순간을 함께 하자는 마음에서 시작되었어요.

비행기 티켓 창을 열고 결제버튼을 누르기까지 꼬박 하루가 걸렸습니다. 결제 창을 띄워두고 남편과 “어떻게 해??” 이러다 “페이지가 만료되었습니다”는 메세지를 보기도3~4회. 결국 누르고 맙니다. 결제~

그리고는 짐을 싸다 생각하죠. ‘괜히 했다.’
1짐은 너무 많고 두려움은 커져갑니다. 아기가 아프면 어떡하지…
인터넷에 고생이었다는 후기들은 더욱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죠.
진작에 모유를 뗄걸, 분유 적응 좀 시킬걸.

수유와 이유식은 또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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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박 9일. .3번의 비행과 1번의 기차 이동.
트렁크2개와 가방2개, 유모차1개(짐이 늘어납니다), 그리고 아기를 안고 떠난 여행.
*마드리드 도착
14시간의 비행을 끝내고 마드리드로 왔습니다. 아기는 다행히 긴긴 비행기에서의 시간을 잘 보내주었습니다. 남에게 피해도 끼치지 않으면서.

호텔에 도착하니 저녁 6시. 내일은 아침 10시에 바르셀로나로 떠나는 기차를 타야 하기에, 아토차 역 근방에 숙소를 잡았어요.

원래 유럽의 여름 해는 길기에 저녁 마드리드 시내 구경을 좀 하려고 했는데, 아기가 힘들어 할 것 같아 일정을 포기하기로 합니다. 이 도시는 우리에게 그저 하루 묵었다가는 도시가 되어버렸네요.

우리의 일정을 얼마나 더 포기해야 할까… 갑자기 섭섭한 마음이 들면서 역시 괜히 왔나, 싶기도 하네요.

우리가 이렇게 스치듯 지나가는 마드리드의 내일은 또 다르겠지요. 하룻밤 스쳐가는 도시들은 그래서 더 아쉽습니다. 하긴 2~3일 본다고 해서 뭐 그 도시의 진면목을 알 수 있을까요?

하지만 둘째 날 아침, 이 하늘은 그래도 말해줍니다. 잘 왔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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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첫째날)
마드리드 야토차 역에서 렌페를 타고 바르셀로나에 갑니다. 길거리를 걸으며 담배연기를 맡으니, 유독 유럽에 온 게 실감이 나요. 흡연에 관대한 유럽.

렌페(Renfe)도 거의 2시간은 타야 해서 꽤 힘들 텐데 잘 버텨주는 대견한 꼬마^^
간식으로 가져간 말린 사과와 현미과자로 톡톡히 효과를 보고.
숙소에 오니 너무 좋아하는 아기.
바르셀로나는 도시가 작은 편이지요. 저희는 까탈루냐 광장이 보이는 호텔을 잡았어요.
3시간 간격으로 먹을 것을 챙겨줘야 하니까, 가급적 교통이 좋은 곳으로 택한 것이 이곳.
짐을 풀고 아기 옷을 갖춰 준 다음, 까탈루냐 광장부터 바르셀로네타 해변까지 걸어갑니다. ‘태양의 나라’인만큼, 햇빛은 강렬하고 사람들은 여유롭습니다.
엄마 눈엔 엄마만 보인다고, 생각보다 길에 유모차가 많았어요~ 사진으로 보니 해변이 해운대인지, 바로셀로네타인지 분간이 안 가지만, 그래도 지중해를 품고 있다는 게 가장 다른 점이지요.
7여행준비를 워낙 철저히 해서 아기가 마실 물까지 싸오긴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트를 한번 둘러봅니다. 람블라스 거리 중앙에 있는 ‘까르푸’와 광장 옆 백화점에서 웬만한 아기 먹거리는 구할 수 있겠더라구요.

8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로컬식당에서 샌드위치를 삽니다. 흑흑 이렇게 저녁을 먹게 될 줄… 알았죠. 아기동반 여행이니까… 내일은 꼭 좋은 걸 먹자며 아기에게 부탁 아닌 부탁을 합니다.
그래도 까딸루냐 광장 뷰와 함께하니, 그리 나쁘지만은 않아요.
9*바르셀로나(둘째날)
바르셀로나에서 맞는 아침입니다.
세계각국에서 날라온 냄새들과 개와 함께 나온 거지, 담배냄새들로 이 도시가 아직은 낯설 때 즈음, 저희는 가우디를 찾아갑니다.

구엘공원은 오전 8시 이전에 입장하면 유료구간까지 모두 무료입니다. 입장료도 입장료지만, 3~4시간을 주기로 방에 들어와야 하니,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겠지요~ 일찍 공원에 가면 사람도 없어서 여러모로 안성맞춤!
생각보다 공원은 크고, 가우디의 흔적이 남은 구조물들은 그에 반해 작은 느낌이에요.
그래도 그 천재적인 발상은 정말 대단합니다. ‘동화 속에 숨겨진 과학’같달까요. 트랜카디스(모자이크 타일)기법으로 만들어진 벤치와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과자집들(경비실, 관리실 용도로 지어졌대요)은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벤치 뒤로 보이는 사그라다 성당은 또 어떤 가요. 바르셀로나의 현대화, 모더니즘은 많은 위대한 건축가를 낳았지만, 지금의 바르셀로나를 있게 한 것은 단연 ‘가우디’겠죠. 그가 완성하고 싶었던 바르셀로나를 떠올려보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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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돌아오는 길에 브런치로 스타벅스와 맥도널드 세트를 삽니다. 저도 외국 여행에선 그 도시 음식을 좋아하는 편인데요. 아기를 모시고 갔으니…
호텔에서 아기 맘마를 먹이고, 휴식을 취한 후 나옵니다. SPA 쇼핑을 잠시 하고, 츄러스를 먹고, 고딕지구를 돌아볼 거예요. 스페인 하면 역시 SPA!! 브랜드가 많이 몰려있는 곳을 이곳 저곳 구경하다 조금 구매했어요. 숙소 주변으로 각종 SPA 브랜드가 쭉 늘어져 있어 최고!!

저희가 가기로 한 츄러스 집은 한국과 중국에서 많은 방문객이 온다는 그 곳! 고딕지구 츄레리아!! 오후 2시쯤 걷게 되었는데 하필 씨에스타(낮잠) 시간이었어요. 분명 기억하고 갔는데…
굳게 닫힌 점포를 말없이 바라보며, 역시 정보력이 중요하단 걸 새삼 깨닫게 됩니다. 호텔에서 유모차 걸음으로 약 20분 정도 거리니, 내일 다시 도전!! ;(

고딕 지구에 있는 공식기념품가게에서 나중에 아기가 크면 같이 할 스티커 북을 구매해요 :)
작은 조각 같은 스티커가 많이 있는 책인데 동물모양에 붙여 넣을 수 있어요^^
당장은 기억하지 못해도 같이 하면서 또 좋은 시간이 될 거라 기대해봅니다.
돌아오며 퓨전 누들을 테이크 아웃으로 구매합니다. 이렇게까지 해서 가야 되냐고 하실 수도 있지만, 원래 “무조건 아기에게 맞추고 호텔에만 있어도 가자!”하고 온 거예요. 그래도 저희는 신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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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는 숙소 앞 백화점에서 잼과 향신료를 조금 구매했어요. 우리 아기는 잘 시간이라 뚱~~

혼자 시차적응 못한 엄마는 곯아 떨어진 아빠와 아기를 보며, 우리가 이곳에 함께 왔음에 급 밀려오는 대견함을 느꼈지요.

이렇게 바르셀로나의 두 번째 밤이 지나갑니다. 고작 이틀이 지났을 뿐인데 너무 좋아진 도시, 내일은 또 어떤 모습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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