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음빵의 휴직이야기, 9개월 차 : 10개월 아기와 유럽여행 #2

*바르셀로나(세 번째 날)

바르셀로나에서 맞는 세 번째 날이에요. 사그라다 성당과 까사바트요, 까사밀라를 구경한 뒤, 해산물요리를 먹고, 타파스도 즐긴 하루!!

1사그라다 파밀리아 성가족 성당입니다. 인터넷으로 9시반 입장예약을 했어요. 가우디가 젊은 나이에 시작해 일생을 바친, 그리고 후대 건축가들이 그 정신을 이어가는 성당.

가우디는 도면을 미리 모형으로 만들어 본 뒤에 작업으로 옮겼다고 하는데요. 아쉽게도 스페인 내전 때 그 모형들은 거의 소실되어 지금은 건축가와 조각가들이 그의 생각을 추론해서 자기의 방법을 덧붙여 만든다고 합니다. 멋집니다. 가우디의 생(生)이 이어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숲과 나무를 모티브로 한 기둥들, 자연채광을 극대화시키고자 했던 그의 생각은 우리 아가도 감탄하게 하나 봅니다. 성당 안에서 옹알옹알 노래를 부르던 우리 아기를 보신 파란 눈의 할머니는 “네가 성가대니?” 하시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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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대성당의 입구, 그리스도의 탄생 파사드. 아래는 출구인 수난 파사드입니다. 다른 한쪽인 부활 파사드는 공사 중이었어요. 지하에는 작업전시물들이 있어요. 곡선을 사랑한 가우디는 곡선을 계산하기 위해 추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몇 백 개의 추들이 늘어진 모습을 보면서 저 옥수수모양의 첨탑이 정말 신의 선(곡선)에 가깝다고 생각했어요. 그의 머리 속도 정말 복잡할 것 같아요.

예전엔 돌을 깎아서 만들었다는데 최근에 지어진 부분은 콘크리트로 지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세월의 흔적이 남은 건물 부분부분의 색이 다른데, 이것조차 유기적인 힘을 발산합니다.

가우디의 (파괴된) 모형들을 복원해가며 그의 생각을 추정하고, 거기에 새로운 건축가, 조각가들의 생각을 덧대어 지어진 파밀리아는, 완성된 설계도를 갖고 만들어진 그 어떤 작업보다 더 ‘살아있는 건축’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어쩌면 그러한 과정들이, 사그라다를 가우디가 그토록 사랑하고, 창조의 모티브가 된 자연과 가깝게 살아 숨쉬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슬프게도, 내 손으로 성가족 성당을 완성시키지 못할 것이다. 내 뒤를 이어서 완성시킬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성당은 장엄한 건축물로 탄생하리라.” 가우디가 남긴 이 말처럼, 성가족 성당이 완공되면 그 장엄한 탄생을 보러 꼭 다시 오리라 저희는 약속했어요.

성당 지하 화장실에서 아기 단도리를 합니다. 아기용 화장실은 굳게 잠겨있었는데, 스탭에게 말했더니 열어주셨어요. 그래서 그런지, 화장실은 매우 깨끗했습니다.

오전 일정이 조금 길기에 아기 목도 좀 축이고 했어요. 나와서는 기념품 샵에서 마그네틱을 샀지요. 저는 이런 작고 예쁜 기념품에 많은 의미를 두는 편이에요. 그 곳이 아니면 못 구하는 물건들이니까요. – 돌아와서는 냉장고에 부착하였습니다.^^

5이제 까사밀라로 갑니다. 바르셀로나의 명품거리에 지어진 밀라 부인의 저택이지요. 외계인 환풍구를 보고 싶어 들어가보려 했지만, 아기가 곤히 자고 있는 유모차로는 지붕에 올라갈 수 없다고 하여 아쉽게도 기념품샵을 통해 내부를 들여다봅니다. 기이한 곡선 바닥이 어서 들어오라 손짓하는데… 여행이 다 그런 거겠지요. 안 가본 데가 있어야 또 오는 것이겠죠?

밀라 부인은 당시 이 집에 만족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해골 모양의 집인데다, 당시 시대적 흐름도 반자본, 반카톨릭 경향에 치우쳐 있어, 원래 가우디가 계획했던 마리아 상도 옥상에 놓지 않기 원했다 하죠. 때문에 성모상이 그라시아 거리와 파밀리아를 향해 세워져 바르셀로나에 은총을 내려주길 원했던 가우디는, 그녀와 공사비 소송까지 진행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가우디는 더 이상 사적인 작업을 하지 않고 파밀리아 건축에만 매달렸다고…

조금만 더 걷다 보면 가우디의 다른 집인 까사바트요가 나옵니다.

바다 용과 싸워 바르셀로나를 수호한 성자의 이야기가 모티브로 추정돼요. 용의 비늘과도 같은 건물 외관과 지붕이 인상적입니다. 까사밀라보다 인기가 있는지 입구에 줄이 길어요. 마침 아가도 깨고, 저희는 10유로 더 주고 퀵패스를 구입해서 들어갔어요. 미리 입장시간을 정해놓으면 예약도 가능하다고 해요.

입장하면 가이드를 주는데 바트요의 예전 모습을 보여줘요~ 저희 아가가 무척이나 관심을 보여 제대로 못 보았지만 아쉽진 않았어요. 다들 윗방으로 가니 안 보시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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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는 역시 기이하고, 판타스틱합니다. 옥상의 환풍구 역시 트랜카디스 기법으로 예쁘고, 신화적으로 장식되어있어요. 아래로 갈수록 빛이 흐려지는 홀의 타일들은 가우디의 디테일에 대한 집착을 실감하게 합니다. 스타일의 완성은 역시 디테일이겠죠. 거주자도 아닌데, ‘직사각형 방이 없어서 가구 놓기 힘들지 않을까’ 이런 지극히 오버스러운 고민을 하며 구경을 마칩니다. 옆집도 유명한 ‘까사아마트예르’에요. 그라시아 거리엔 이렇게 예쁜 건물이 많아요. 눈 호강하며 호텔까지 걸어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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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그렇게 오전이 또 흘러갑니다. 방에 오니 벌써 1시가 다 되었어요. 분주하게 아기 밥 먹이고 저희도 해산물로 식사하러 가요.

우리의 목적지인 보케리아 시장도 까탈루냐 광장에 있는 호텔에서 유모차걸음으로 15분도 안 걸렸어요. 시장 구경하면서 시장구석에 있는 로컬식당에서 해산물 모둠을 먹었어요. 조금 짰지만 너무 맛있었어요. 스페인다운 요리로는 첫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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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스타(지중해 연안 국가의 낮잠 풍습)를 즐기러 다시 호텔로 갔다가, 5시부터 나눠준다는 구엘 저택(구엘 궁전) 무료 입장권을 받으러 갑니다.

가는 길에 어제 못 먹은 츄러스 가게를 들렀어요. 가게가 있는 고딕지구에서 람블라스 거리를 가로지르면 바로 구엘저택. 구엘 저택은 일요일 5시부터 무료개방인데, 마치 E랜드의 Q패스처럼 줄 서있으면 5시부터 입장티켓을 나눠줍니다. 저희는 4시15분 정도에 섰더니 5시에 바로 입장했어요. 더 늦으면 다음 타임에 들어가는 티켓을 주는 것 같더라구요~

들어가보니 여기가 왜 ‘까사(집)’가 아니라 ‘팔라우(궁전)’구엘인지 알겠습니다. 으리으리하고 복도마다 걸린 그림들이 정말 궁전다워요. 그래서 약간 어두운 느낌도 있어요. 지붕 위에는 이렇게 예쁜 가우디의 환풍구들이 또 한번 우리를 매료시킵니다. 여담이지만, 이 환풍구 모양의 퍼즐도 구매했어요. 4~5년뒤에 우리아기와 함께 맞춰볼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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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 젤라또 한입 먹고 저녁식사로 타파스를 먹으러 가요. 우리 아기는 또 살짝 자주었어요. 뭣도 모르고 1~2개씩 주문했는데 한 12접시쯤 먹었더니 배가 불러왔어요. 그제야 주문할 때마다 눈 흘기던 서버 분이 이해가 됐어요. 한번에 많이 좀 시킬 걸… 뒤늦게 미안함을 표시하니, 환하게 웃어줍니다.

마지막 날이 되니까 이 작은 도시가 왜이리 좋은지요. 가우디를 만나서였을까요? 그가 만들고자 했던 바르셀로나는 어떤 곳이었을까요? 대성당이 완공되면 그때는 알 수 있을까요? 꼭 다시 와야 할 것만 같아요. 짧은 기간이었지만, 전세계 사람들로 복작거리던, 활기찬 이 도시에 금새 익숙해졌나 봅니다. 사실 아기가 아니었다면 더 많은 곳을 볼 수 있었겠지요. 하지만 함께해서 힘든 만큼 즐거움도 2배였다면, 믿어주실까요?

저는 그랬다고 우겨보면서, 우리는 바르셀로나와 안녕- 하고 파리로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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