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이야기 12개월 차, 그 마지막 이야기

12개월의 육아휴직이 한달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겨울에 복직을 하게 되니 쌀쌀한 날씨 만큼 마음도 많이 쓸쓸해요.
오늘은 마지막 이야기로 복직준비 이야기를 해볼까해요.

#단유이야기
1년2개월동안 아기의 주식이었던, 모유를 이제 안녕해야 할 시간이 왔지요.
사실 우리 아가는 지난 6개월간 한번도 빠짐없이 이유식을 직접 만든 엄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유식을 많이 남기는 아기였어요. 그리고 잠이 들 때에도 시도 때도 없이 모유를 먹는 습관이 있는 아기이기도 했지요. 엄마도 내심 편하다 보니, 안 좋은걸 알면서도 끊지 못했었지요.

어쨌든 식사를 잘 할 필요성, 엄마의 출근 두 가지 이유로 아기는 단유하게 되었어요. 분유를 먹여도 되는데, 그럼 나중에 또 젖병을 떼야할 것 같아서 울 아기는 바로 밥먹는아기로 가기로 했어요.

단유법은 검색결과 효과가 많다는 곰돌이 단유법을 해보기로 했어요. 아기한테 미리 얘기해 주는 거에요. 2~3주전부터 달력에 표시를 하며 배고픈 곰돌이에게 쮸쮸를 주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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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거실에서 잘 보이는데에 이렇게 붙여두고… 카운트 다운을 시작했어요.
매일아침, 달력에 하루하루 동그라미를 치며, 얘기해줘요. “열음이는 쮸쮸 많이 먹고 이만~~큼컸잖아. 근데 곰돌이는 엄마 쮸쮸가 없어서 배가 고프대. 불쌍한 아기 곰에게 쮸쮸빌려줄까?” 수시로도 얘기해 주면 더 좋다고 해서.. 지겨울만큼 이야기 해줬어요.

아, 여기서 한가지 팁이 있다면, 아침이 아니라 점심에 시작하는 것이 좋아요. 울고 보채면 하루가 너무 기니까..
그리고, 주말이나 가족들이 도와줄수 있는날 시작하는 것이 좋아요. 엄마가 몸살이 올 수 있으니까.

그리고 대망의 그날, 점심때까지 쮸쮸를 잘먹고 잤어요. 아기가 일어나기 전, 집 곳곳에 곰돌이를 붙여주고, 가슴에도 곰돌이 테이프를 붙여두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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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처음엔 곰돌이를 보고 좋아하더라구요. 이거 이거 하면서 붙였다 뗐다…
그러더니 시간이 지나고, 아니나다를까 습관적으로 쮸쮸를 자꾸 찾더라구요. 그럴때마다 얘기해주었죠. “불쌍한 곰돌이 주기로 했었지 우리, 아까 너 잘 때 보내주었어”
옷을 당기고 들춰보고 하더니, 첫날은 울고불고 빨대컵에 우유를 마시며.. 안타갑게 잠이 들었어요.
둘째 날도 역시 아기 심기는 불편했고 수시로 찾고 했지요. 하지만 신기하게도 들춰보여줘도 외면하더라구요. 이날 들은 사실인데, 너무 사랑하던걸 잃어서 안 봐야 잊으니까 안보는 거라고 하더라구요. (이 말 듣고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다시 줄 뻔했어요.)
그리고 셋째 날부터는 찾지 않았어요. 갑자기 밥을 엄청 잘먹게 되었구요. 와우, 생각보다 너무 금방 잘 끊었어요. 아이러니 하게도 대견하면서도 이렇게 금방 잊다니.. 서운하더라구요.

이미 여러 군데서 듣기를, 모유를 끊을 때 엄마가 더 서운하다는데, 정말인가 봐요. 사실 그렇게 준비하고 카운트다운을 다하고도 막상 그날 아침에 “한 2주 더줄까?”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엄마한테 안기는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운데 못 볼 생각하니 마음이 짠 해져서….

울다가 애기가 잠든걸 볼 때마다 엄마는 더 눈물 콧물 뺐지만, 곧 아기와 더 맛있는걸 많이 먹으러 다니리라 생각하니 또 신이 나기도 해요. 육아는 맥주와 함께라는데 정말 아기 재우고 뜯는 한 캔이 즐겁기도 해졌구요. :)
물론 유아식 준비로 더 바빠지긴 했지만요…(휴우..역시 육아는 산넘어산입니다.)

이렇게 단유까지 마치고, 할머니 집가기 연습도 할 겸, 복직계도 낼 겸 회사도 한 번 다녀왔어요. 혼자 문을 나서는 마음이 훨훨 편할 줄 알았는데, 이미 엄마마음은 그의 것인지 계속 아른거렸어요. 그래도 회사에 가보니 또 첫 출근 때처럼 두근거리기도 했지요. 다음주부터는 일주일에 두 세번 할머니 집에 가는 시뮬레이션도 해 볼 계획이에요. 점차 시간과 횟수도 늘려가야겠죠.

요즈음의 아기는 하루하루가 너무 달라요. 몇 걸음 못 떼고, 신발신고는 걷지도 못하더니,
지난 주말 갑자기 폭풍 걸음마와 폭풍 말과 도리도리를 하고 놀이터를 즐기며 뛰어 놀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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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다르고, 저녁이 다른 그의 폭풍성장을 보면서 복직하고 어느 날 퇴근하면 “어머니 오셨어요?” 할 것만 같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창피한 이야기지만, 엄마에게도 독신으로 살겠다고 객기부리던 10대가 있었고, 결혼은 해도 연애하듯 꿈꾸며 살리라 장담하던 20대가 있었습니다.

그 시간들을 아기와 마주앉아 추억하니, 많이 웃음이 나기도, 그립기도 한 것도 사실이지요.
삶에 정답이 없듯이, 그 당시 생각하던 대로 내 위주로만 살았을 삶도 퍽 즐거웠을 것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이 아기에게 세상을 열어주었고, 아기는 저에게 전혀 다른 삶을 선물했어요.
조금 겪어본, 그 삶은 핑크빛이지만은 않았지만 다시 선택하라고 한다해도 망설임 없이 선택할 거에요. 열음이는 아주 큰 행복이니까, 그리고 아주 완벽한 사랑스러움이니까.

휴직이야기는 이렇게 끝이 나지만, 어려운 일은 더 많아지겠지만, 앞으로도 행복이 계속되도록 모든 마음을 다 할거에요. 지난 12개월의 이야기, 부족한 글솜씨였지만, 남기고 보니 저에게도 많은 추억이 되었어요. 먼저 혹은 같이 또는 앞으로 엄마의 이름을 갖게 될 분들에게 추억 혹은 공감 또는 기대되는 예고편이 되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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